어제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나오는데 꾸러기 녀석이 한쪽은 빨강색 운동화를 신고 다른 한 쪽은 검은 색의 무언가를 신고 후문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현재 파악하고 있는 우리 학교 학생 중 가장 말썽꾸러기이며 남의 핑계를 가장 잘 대는 녀석입니다.
식당 옆 울타리 너머로 녀석을 바라보니 교회 쪽으로 분주히 움직입니다. 마치 끈 떨어진 강아지 같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두 녀석이 더 보입니다.
두 손 모아 “00아 이리와!”하고 불렀습니다. 녀석이 처음에는 내 소리를 무시를 하다가 드디어는 교감이 절 부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 녀석이 거의 동시에 그네 밑으로 낮은 포복을 합니다.
제가 목소리를 더 높였습니다. “00야. 다 보여. 어서 이리와” 녀석이 가까이 옵니다. 그동안 두너서 차례 자동차 사이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제가 녀석의 이름을 더 크게 불렀습니다.
드디어 세 녀석의 얼굴을 알아볼 거리까지 왔습니다. 아하! 벌써 저에게 3번이나 불려와 꾸중을 들었던 녀석들입니다.
잔디밭 정자의 의자에 두 녀석은 앞에 있는 의자에 00는 내가 앉은 의자에 앉혔습니다.
녀석들 신발을 보니 모두 실내화였고, 녀석은 한쪽은 빨강 운동화에 다른 한쪽은 검은 실내화였습니다
“어째 빨강 운동화 한 쪽이야”
“실내화가 한쪽이 떨어졌어요”
녀석의 말인즉 실내화를 신고나갔어야 했는데, 떨어져서 한쪽은 운동화를 신었다는 것입니다.
“밖에는 운동화를 신고나가고 실내화를 벗어 놨어야 했는데?
녀석이 그냥 웃습니다.
“그런데, 00야 점심 시간에 왜 교문 밖으로 나갔어?”
“교회 옆에 진돗개를 보러요”
“학교에 등교했으면 다시 교문 밖으로 나가려면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는 날마다 나가는데요? 진돗개 보는 게 재미있어서요”
“어허 그래? 날마다 나가는 것은 잘 못 된 건데. 00야 앞으로 다시는 교문밖으로 함부로 나가지 않기로 약속할까?”
녀석이 망설입니다. “그래도 가끔씩은......”
녀석이 망설이고 있는 동안에 앞에 앉은 두 녀석이 잽싸게 대답을 합니다.
“우린 약속해요. 다신 안나갈게요.”
순간 녀석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스쳐갑니다.
“저도 약속할게요.”
아이들과 손으로 약속 도장을 찍습니다.
“응, 약속하는 거지? 그런데 여기 세 명 모두 말썽꾸러기인 것 같아. 교감선생님도 옛날에 말썽꾸러기였거든?”
“우리 이렇게 하자. 너희들 말썽을 부릴 때 나도 부르는 거야. 말썽꾸러기 사총사가 되는 거지.”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스쳐지나갑니다.
우리는 약속을 했습니다. 말썽꾸러기 사총사가 되기로......
교실로 들어가는 녀석들의 발걸음이 웬지 조금은 가벼워 보입니다.
아이들이 말썽을 피워보자고 찾아오면, 신나게 말썽 한 번 피워보렵니다.
천진난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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