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료/교육 단상

합의된 무질서 무시된 법질서

모든이의 애인 2016. 7. 8. 10:29

  나는 나 스스로를 체제 순응형 인간이라고 정의하곤 한다. 어떤 규칙이 정해지면 그 규칙의 유불리를 거의 따지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자동차를 운전할 때 교통 신호등을 잘 지키는 편이고 특히나 주변에 차량이 없다면 신호등을 더 철저히 지키는 편이다. 그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길을 걸을 때에도 나름 횡단보도 통행을 고집하며, 신호에 따라 행동하기를 좋아한다.

   몇해 전 호주와 뉴질랜드 여행의 기회가 있어 호주에 간 적이 있다. 호주에서 저녁에 자유 시간이 주어져서 가까운 공원으로 가벼운 산책을 가는 중이었다. 일본에서도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것 처럼 호주에서도 우리와 다른 좌우통행 때문에 많은 조심을 해야했다. 횡단보도가 나오면 여기에서도 신호를 철저히 지켜 녹색등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상한 호주 사람들! 별로 신호등에 관심도 없이 빨간 등에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아닌가? 호주가 문명국이 아니구나 생각하며 나는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날 보니 거의 대부분, 아니 모든 호주 사람들이 신호등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처음에는 이 사실이 매우 낯설게만 느껴져서 나만이라도 신호를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녹색등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몇 번의 건널목을 지나면서 나는 호주 사람들이 신호등을 무시하고 건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철저하게 좌우를 살펴 교통에 방해되지 않은 상태에서만 길을 건너는 것이었다. 아하! 이것이 문명국의 합의된 무질서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대로 행하되 남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자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에 비하여 우리 나라의 오토바이들의 운전행태를 보면 이는 완전히 무시된 법질서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물론 일부 질서를 잘 지키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오토바이 배달원의 운전행태는 정말이지 바뀌어야 할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이다. 거의 신호등을 무시하거니와 아주 위험할 정도로 자동차 사이를 훼집고 다닌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일부 사람들의 무시된 법질서로 인하여 사회 전체가 무법천지로 변하지 않을까 오늘도 오토바이 굉음을 들으려 걱정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