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료/교육 단상

수탉은 육추에 도움을 주는가?

모든이의 애인 2016. 7. 4. 11:09

 

 학교에 양계장을 새로 만들어 놓고 닭을 사육하면서 수탉의 행동을 보고 속으로 많이 웃었다. 그야말로 수컷으로서의 행동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놈은 운이 매우 좋았다. 여러 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좁은 양계장에서 여러 수탉들과 치열한 경쟁 속에 살다가 학교의 새로 지은 넓은 양계장으로 운이 좋게도 선택되어 이사를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암탉과 수탉 한 쌍만이 들여왔기 때문에 좁은 사육장에서 여러 마리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온 것은 마치 호텔 생활과 같을 것이라고들 말했다.

  더우기 수탉은 다른 수탉과 경쟁할 것도 없이 마음껏 암탉과 부부 생활을 즐길 수 있었으며 달리 방해꾼도 없다.

  많은 수탉들과의 경쟁 때문에 벼슬에 생겼던 상처의 하얀 딱정이가 모두 떨어져 나가고 그 모습은 점점 더 당당해져 가고 있었다.

 

 암탉은 꾸준히 알을 낳았다. 아마 무정란은 한 개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했다. 그 수탉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 내고 있다고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알을 20여개 낳은 후 부터 나의 관심은 언제 품기를 시작할 것인가 였다.

 드디어 암탉이 알을 품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둥지에 앉아 알을 품는 것이다.

 이제 수탉은 암탉의 관심에서 멀어졌으며 조금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아예 무시되었다. 가끔씩 암탉이 물을 먹기 위해 둥지에서 내려올라치면 수탉은 그때부터 혼자 매우 바빠진다. 암탉의 주위에서 예의 그 행동(구애행동)으로 열심히 수작을 건다.  그렇지만 암탉이 그 행동을 받아 줄리 만무하다.

 

  시간이 갈 수록 점점 암탉이 내려오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야위어만 가는 암탉을 위하여 나는 주변 축산 농가의 조언을 들어 둥지 옆에 사료와 물을 넣은 그릇을 두었다. 그러면 암탉이 사료도 먹고 물도 먹는단다. 그렇게 한 후 암탉이 먹이를 먹는지 유심히 관찰을 했으나 암탉이 먹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루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닭장을 살펴보니 둥지 옆의 사료가 엉망으로 흩어져있고 그릇도 엎어져 있었으며 물그릇은 아예 아래로 내동댕이 쳐저 있었다.

  누가 그랬을까?

  나중에 보니 수탉이 수시로 알을 품고 있는 둥지 옆 횟대로 올라가 암탉에게 추근거리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사료며 물그릇을 엎어버린 것이었다.

 

 원래 양계장 주인들은 암탉 너댓마리에 수탉 한 마리를 넣어 준다고 한다. 그 중 한 두 마리의 암탉이 알을 품어도 수탉은 별로 아쉬울 것이 없단다. 아직 알을 품지 않는 암탉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마리 같이 지내던 암탉이 알을 품으러 들어 갔으니 이 수탉이  본능을 해소할 데가 없는 것이다.

 

 참으로 안쓰러운 상황이 20여 일이나 계속되었고, 암탉이 안쓰러워 놓아둔 모이와 물은 수탉에 의해 내동댕이쳐저 있기 일쑤였다. 할 수 없이 먹이는 둥지 안에다 조금씩 주는 수 밖엔 없었다.

 

 드디어 병아리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병아리 소리에 수탉도 꼬꼬거리며 관심을 표명했다.

드디어 12마리의 병아리가 부화에 성공하였고, 둥지에서 드디어 암탉이 내려왔다. 수탉은 매우 반기는 모습이었으나 둥지에서 내려온 암탉은 이전보다 훨씬 더 사나워져 있었다. 수탉이 감히 곁에 가서 수작을 걸 수 없었다. 병아리가 다칠까봐 수탉이나 어떤 것도 얼씬을 하지 못하게 했다. 수작도 걸지 못하는 수탉이 참으로 안쓰럽게 여겨졌다.

 

  그런데, 수탉은 육추에 도움을 주는가?라는 의문이 갑자기 들었다. 병아리가 생긴 이후로 수탉이 암탉에게 수작을 부리는 행동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수탉은 병아리가 가까이 오면 먹던 먹이를 부리로 가르키고는 특유의 소리로 병아리들을 부른다. 그러면 일부 병아리가 몰려간다. 병아리가 가까이 오면 부리로 모이를 가리킨 상태로 5초 이상을 꼼짝도 하지않고 멈추어 있다.  수탉도 육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암탉도 허용을 한다.

 

 이놈 그저 암탉만 보면 본능에 환장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의젖하게 애비 노릇도 할 줄 아는 수탉이었던 것이다. 

 

 언제 다시 수탉이 수컷 노릇을 할지 좀더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